몸과 마음을 살리고 위로하는 곳
한국관광공사는 “산책을 부추기는 힐링의 숲을 찾아서” 라는 테마 하에 2016년 6월에 가볼 만한 여행지를 6곳 선정하여 발표했다. 마지막 여섯번째로 소개할 곳은 전북 완주군 상관면에 위치한 공기마을 주변을 둘러본다.
힐링은 몸과 마음의 쉼이자, 어질러진 일상의 치유와 회복이다. 오늘을 사는 이들의 간절한 바람이 그 안에 숨었다. 귀촌이나 귀농의 관심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무작정 삶의 터전을 바꾸기 어려우니 잠시 자연 가까이, 자연의 사람들 곁으로 여행을 떠나는 것도 방법이다.
완주군은 일찌감치 마을 단위 공동체나 마을 기업 등을 꾸렸다. 덕분에 청정 자연을 빌려 새로운 삶을 도모하는 사람이나 마을이 많다. 완주를 힐링의 고장이라 부르는 까닭이다. 그 가운데 상관면의 공기마을과 구이면의 안덕건강힐링체험마을은 도시의 일상을 잊고, 삶을 돌아보며 새로운 미래를 계획하기에 안성맞춤이다.
공기마을은 완주군 남쪽 상관면 죽림리에 위치한다. 1976년 마을 주민이 편백 10만 그루를 심었는데, 40년이 지나니 그 기세가 여간하지 않다. 보물처럼 숨어 있다가, 지난 2011년 영화 〈최종병기 활〉의 촬영지로 알려지며 소문이 났다.
공기마을 편백숲은 국도 변에서 약 1.8km 더 들어간다. 도로를 벗어나 전주천을 건너면 한적한 시골길이다. 이 일대는 예전에 대나무가 많아 죽림리, 대밭뜸 등으로 불렸다. 이제는 편백숲이 대신한다. 숲의 출발점은 편백숲 관광안내센터와 편백숲 쉼터다.
보통 편백숲 오솔길에 올라 임도의 산책로 반환점까지 다녀오는데, 편도 3.5~4km 거리다. 느린 걸음으로 왕복 2~3시간 걸리며, 숲을 마주하고 나를 돌아보기에 충분한 코스다. 걷기 좋아하는 이들은 내친김에 한오봉이나 옥녀봉까지 오른다. 정상에서 보면 마을이 밥공기를 엎어놓은 모양이라 공기마을이다.
편백숲 오솔길은 편백숲 쉼터에서 유황 편백탕 갈림길을 지나 왼쪽이다. 임도 옆 샛길에 ‘편백숲 오솔길’ 안내판이 있다. 그 안쪽으로 높이 자란 편백이 푸른 숲을 이룬다. 편백은 항균·살균 작용이 뛰어나며, 피톤치드의 대명사다. 코끝에 상쾌하게 퍼지는 향이 이를 방증한다. 도시에 없는 초록의 냄새다.
편백숲 오솔길은 끝에서 다시 임도와 만나고 곧 갈림길이다. 유황 편백탕 쪽으로 내려올 수 있지만, 너른 산세가 드문드문 드러나는 산책로 반환점까지 다녀오길 권한다. 반환점은 아담한 정자를 키 큰 나무들이 호위한다. 길 끝에서 누리는 여유가 정상에 오른 쾌감 못지않다.
유황 편백탕으로 돌아오는 길에 통문(通門)을 지난다. 통나무로 만든 문이라 통나무의 의미도 담았다. 통문 옆에는 삼림욕장이라 적힌 또 다른 통나무 문이 있다. 편백숲 아래 평상이 놓여 삼림욕을 즐기기에 그만이다. 통문에서 유황 편백탕을 오가는 길은 숲길 그 자체로 아름답다. 길은 나선을 그리며 흔들리고, 곁으로 작은 개울이 따라든다.
공기마을 서쪽 구이면 국사봉 아래 안덕건강힐링체험마을도 이름값을 한다. 이곳은 공기마을보다 깊은 산골이다. 전주 시내에서 하루 다섯 차례 버스가 다닌다. 안덕이라는 이름 역시 ‘안쪽의 깊은 땅’을 의미한다. 주민이 사는 장파마을에서 산 쪽으로 더 들어가 힐링과 체험을 위한 마을을 조성했다.
숙박은 황토방에서 하며, 토속한증막과 쑥뜸실, 금광굴 등 부대시설이 특별하다. 토속한증막은 한약재 달인 물로 구들을 만들어, 장작을 피울 때 한약재 성분이 나온다. 한증실에서 나오면 쑥뜸실이나 금광굴로 이동한다. 쑥뜸실은 인진쑥을 태운 쑥뜸 기구로 몸을 덥혀 혈액순환을 돕는다. 옛 금광을 활용한 금광굴에서 더위를 피하고 냉탕을 즐긴다. 마을에서 직접 재배한 유기 농산물로 음식을 내는 웰빙식당도 있다.
숲길 산책은 안덕건강힐링체험마을에서 민속한의원을 지나 정자까지 약 3.8km 노르딕 워킹 코스다. 길과 나란한 내운암천 계곡이 시원스럽다. 고즈넉한 정취를 원할 때는 체험 학습이나 수학여행 일정을 피해서 찾기를 권한다. 장기 숙박도 대안이다. 황토방과 민속한의원 중간 지점에 있는 숙박동은 10일 이상 장기 숙박만 가능하며, 음주가 금지된다. 조용히 휴양하며 머물 수 있다.
완주군은 세로로 긴 형태로 가운데 전주시를 에워싸고 있다. 대중교통으로 여행할 때는 그 지형을 염두에 두는 게 편리하다. 전주시를 가로질러 남북을 오가므로, 지역에 따라 전주에서 버스를 이용하는 게 편할 때가 있다. <사진 박상준>
이동기 기자
〈여행 정보〉
▲관련 웹사이트 주소 및 상담전화
- 고산자연휴양림 http://rest.wanju.go.kr 063)263-8680
▲대중교통 정보
[기차] 용산역-전주역, KTX 하루 10회(05:20~21:40) 운행, 약 1시간 40분 소요. 전주역에서 119번 버스 이용 대우빌딩 하차 혹은 105번 버스 이용 전동성당 한옥마을 하차, 752번 버스 환승 원죽림 정류장 하차, 공기마을까지 도보 이동.
[버스] 서울-전주,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10~20분 간격(05:30~24:00) 운행, 약 2시간 40분 소요. 금암광장이나 KB국민은행 금암지점 정류장까지 도보 이동, 752번 버스 이용 원죽림 정류장 하차, 공기마을까지 도보 이동.
▲자가운전 정보
순천완주고속도로 상관 IC→남원·임실 방면 춘향로 900m→죽림리 경로당 지나 정좌마을 방면 우회전→죽림편백길 1.85km→공기마을 편백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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