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세의 근심을 씻어내는 천년 숲, 오대산 선재길
한국관광공사는 “산책을 부추기는 힐링의 숲을 찾아서” 라는 테마 하에 2016년 6월에 가볼 만한 여행지를 6곳 선정하여 발표했다. 두번째로 소개할 곳은 강원도 평창군 진부면에 위치한 오대산이다.
평창은 산과 강이 어우러진 천혜의 고장이다. 오대산은 《삼국유사》를 쓴 일연스님이 ‘불법이 길이 번창할 것’이라 한 불교의 성지이자, 나무의 성지다. 오래되고 기품 있는 전나무, 자작나무, 신갈나무 등은 오대산의 여름 풍경을 더욱 깊고 묵직하게 한다. 오대산 선재길은 월정사에서 상원사까지 계곡을 따라 이어진다. 1400여 년 전 중국 오대산에서 문수보살을 친견한 신라 자장율사가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적멸보궁에 모시기 위해 지나간 유서 깊은 길이다. 호젓한 숲길을 한 걸음 한 걸음 걷다 보면 속세의 근심이 청정 계곡에 씻겨 내려가는 기분이다.
오대산은 백두대간에 핀 연꽃이다. 비로봉(1563m), 동대산(1434m), 두로봉(1422m), 상왕봉(1491m), 호령봉(1531m)이 꽃잎을 이룬다. 꽃 속으로 들어가는 길이 오대천 계곡을 따라 이어진 선재길이다. 출발점은 월정사지만, 월정사 입구 매표소부터 걷는 것이 좋다. 매표소에서 상원사까지 10.7km로 4시간 정도 걸린다. 매표소를 지나 200m쯤 도로를 따르면 월정사 일주문이 나오고, 그 유명한 월정사 전나무 숲길이 시작된다. 일주문에서 월정사까지 약 700m 이어진 길을 특별히 ‘천년의 숲길’이라고 부른다.
월정사는 643년 자장율사가 창건한 천년 고찰이지만, 한국전쟁 때 모조리 불타 오래된 건물이 없다. 다행히 적광전 앞에 팔각구층석탑이 남았다. 탑 앞에는 두 손을 모아 쥐고 공양하는 자세로 무릎을 꿇은 석조보살좌상이 있는데, 살짝 미소 짓는 모습이 매력적이다.
월정사가 끝나는 지점에 선재길을 알리는 안내판이 있다. 선재길은 오대산이 배출한 방한암 스님과 탄허 스님이 오간 구도의 길이자, 깨달음의 길이다. 선재는 화엄경의 선재동자에서 이름을 따왔다. 호젓한 오솔길 옆으로 오대천 계곡이 재잘재잘 흐르는 소리가 정겹다. 징검다리를 건너면 선재길에서 가장 수려한 계곡이 펼쳐진다. 설악산처럼 반질반질한 암반이 흐르는 물줄기와 어우러진다. 암반에 주저앉아 손을 씻는다. 시원하고 촉감이 좋다. 내 안의 번뇌가 씻겨 내려가는 기분이다.
오대산장을 지나면 동피골 합류점과 만나고, 호젓한 계곡 길이 상원사 입구까지 이어진다. 상원사로 가는 길은 하늘을 찌르는 전나무 숲길이다. 길 초입에 관대걸이가 있는데, 세조가 이곳에 옷을 걸고 계곡에서 목욕했다고 한다. 전설에 따르면, 세조가 목욕할 때 마침 가까운 곳에 동자승이 있었다. 세조는 동자승을 불러 등을 밀어달라 했고, 동자승은 열심히 등을 밀었다. 흡족한 세조는 장난기가 발동해 “어디 가서 왕의 등을 밀었다고 얘기하지 말라”고 했다. 그러자 돌아오는 대답이 걸작이다. “왕께서도 문수보살이 등을 밀어줬다고 말하지 마십시오.”
문수보살이 등을 밀어준 덕분에 세조는 피부병이 다 나았고, 이를 고맙게 여겨 상원사에 문수동자상을 세웠다고 한다. 1984년 문수동자상을 문화재로 지정하려고 조사하던 중, 세조가 입은 것으로 추정되는 저고리와 다라니경 등 많은 복장 유물이 발견됐다. 문수전 안 문수보살상에 인사를 올리며 선재길 탐방을 마무리한다.
주변 숙박 장소로 알펜시아리조트가 있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의 주 무대다. 스키점프와 바이애슬론, 스보드, 알파인스키 등 경기가 펼쳐진다. 리조트 안에 들어서면 언덕 위에 솟은 스키점핑타워가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다. 스키점핑타워 꼭대기에 전망대가 있다. 알펜시아스타디움에서 모노레일과 엘리베이터를 번갈아 타면 전망대로 올라간다. 전망대에서는 알펜시아리조트와 대관령의 풍광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알펜시아스타디움 안에는 대관령 스키역사관이 자리한다. 스키의 발상부터 우리나라 스키의 역사를 한눈에 알 수 있다. <사진 진우석>
▲여행 정보
- 오대산국립공원(선재길) http://odae.knps.or.kr 문의 : 033)332-6417
- 알펜시아 스키점핑타워(전망대) www.alpensiaresort.co.kr 문의 : 033)339-0000
▲대중교통 정보
▶버스
서울-평창,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하루 9회 운행(07:00~18:46), 약 2시간 5분 소요.
서울-진부,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하루 24회 운행(06:22~20:05), 약 2시간 15분 소요.
진부-월정사, 진부공용버스정류장에서 하루 14회(06:30~19:40) 운행, 약 20분 소요.
진부-상원사(월정사 경유), 진부공용버스정류장에서 하루 9회(07:30~16:40) 운행, 약 40분 소요.
▶자가운전 정보
영동고속도로 새말 IC→안흥면→방림면→평창읍→미탄면→백룡동굴 생태체험학습장→평창읍→진부 IC→오대산→대관령 IC→알펜시아리조트
▲주변 볼거리
방아다리약수, 대관령하늘목장, 이효석 문학의 숲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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