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들녘, 궁평(宮坪)의 별미와 영화 <사도>의 유적 속으로
위치 :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 궁평항로 궁평리정보화마을
화성시는 서쪽으로 황해와 접한다. 해안선이 152km에 달한다. 역사적으로는 삼국시대부터 주요한 바다였다. 교과서에 자주 등장하는 당성(당항성)이 화성시 서신면에 위치한다. 터키의 이스탄불에서 신라의 경주로 이어지는 실크로드의 한반도 길목이다.
전곡항과 궁평항이 있는 남양만은 당성의 서쪽 바다다. 그 가운데 화옹 방조제 북쪽과 접한 궁평항은 별미가 어우러진 겨울나들이에 적합하다. 궁평(宮坪)은 궁(宮)에서 관리하던 염전이나 들(坪)이다. 자연스레 기름진 땅의 풍요로운 자원을 짐작케 한다. 한때는 교역항으로 또 한때는 어항의 역할을 했겠지만 근래에는 서울에서 가까운 바다 여행지다.
우선 좌우로 팔을 뻗듯 바다를 끌어안은 방파제가 푸근하다. 왼쪽 방파제는 다시 바다 쪽으로 나무 데크를 설치하고 끝자락에 그늘막 쉼터를 꾸몄다. 바다낚시터라 이름 붙였지만 방파제에서 뻗어 나온 산책로는 한 폭의 그림 같다. 내년 봄까지는 보수 관계로 들어가 볼 수 없다. 그럼에도 궁평항을 찾은 여행객의 기념 촬영 배경으로 자주 쓰인다. 방파제 초입 궁평항 전망카페의 벽에는 천사의 날개 벽화가 그려졌다. 하늘 같기도 하고 바다 같기도 한 파란색 배경의 벽에 기대 추억 사진 한 장을 남겨도 좋겠다. 바다낚시터 반대편 방파제는 전통정자가 쉼터 역할을 한다. 궁평낙조를 촬영한 사진에 자주 등장하는 장소들이다.
화성의 또 다른 맛이 궁금할 때는 북쪽 송산면으로 향한다. 송산포도의 유명세는 전국구다. 겨울에는 색다른 방법으로 즐긴다. 샌드리버 와이너리의 김승원 대표는 10여 년째 송산포도로 와인을 빚고 있다. 2008년 지역의 사강(沙江) 이름을 응용한 포리버(forRiver)를 출시한 후, 송산포도만의 특징을 살린 와인을 빚기 위해 노력 중이다. 현재는 화이트와 레드 두 가지 종류를 판매한다. 그는 우리 품종으로 유럽 와인을 만들 수 없듯, 유럽 와인으로 우리 와인을 만들 수 없다 말한다. 그래서 와인의 기준을 서구에 두지 않는다. 우리 땅이 빚은 우리 와인의 맛을 탐구한다. 포리버는 과일 향이 짙고 달콤하며 뒷맛이 개운하다.
화성은 근래 들어 영화 <사도>로 주목받고 있는 고장이다. 화성시 동쪽의 융건릉과 용주사는 아버지 사도세자를 그리는 정조의 마음이 담긴 명소들이다. 융건릉은 정조와 효의왕후의 합장릉인 건릉과 추존황제 장조, 즉 사도세자와 헌경왕후(혜경궁 홍씨)의 합장릉인 융릉이 있다. 조선 왕릉 가운데 아버지와 아들의 무덤이 이처럼 가까운 사례는 드물다. 그 가운데 융릉은 정자각과 능의 배치가 특이하다. 보통 일직선상에 위치하는데 정자각이 조금 비켜서며 능의 시야를 연다. 정조가 뒤주에서 죽은 아버지를 위해 그리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홍살문 오른쪽의 연못 곤신지 등을 고려하면 풍수 때문으로 여겨진다. 그럼에도 비각에 나란한 비석은 정조의 효성이다. 정조가 사후에라도 아버지 사도세자가 왕으로 추존될 것을 바라 비석의 자리를 하나 더 마련해뒀기 때문이다. 융릉 가는 길은 소나무가 빼곡해 영화 <사도> 이전부터, 능을 오가는 이들에게 일상의 여유를 제공했다.(사진/박상준)
이동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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