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바다 남해로 떠나는 미각 여행
위치 : 경남 남해군 남해읍·설천면·이동면 일대
쪽빛 바다에 우뚝 선 남해대교를 건넌다. 하늘거리는 분홍 꽃이 눈을 사로잡는다. 아찔하다. 하동군과 남해군을 잇는 현수교는 상춘객을 천상의 벚꽃 터널로 안내한다. 봄에만 볼 수 있는 환상적인 풍광이다. 달력을 애타게 바라보며 봄의 절정을 기다린 보람이 있다.
벚꽃은 남해대교부터 감지된다. 산에 펼쳐진 분홍빛은 무뎌진 아저씨의 마음까지 흔들어놓는다. 다리를 건너면 터널을 이룬 벚꽃이 인사를 건넨다. 국도19호선을 따라 남해읍으로 향하다가 노량삼거리에서 왼쪽으로 틀어야 한다. 남해의 진면목이 펼쳐지는 왕지벚꽃길로 가야 하기 때문이다. 먼저 만나는 곳은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얼이 서린 충렬사다. 이곳부터 약 4km 구간에 왕벚나무 1000여 그루가 있다. 그림 같은 벚꽃 터널에서 아스라이 떨어지는 꽃비를 맞으면 부러울 것이 없다. 벚꽃 사이로 내려다보이는 푸른 바다는 세상 근심을 모두 녹여준다.
충렬사에서 바다를 끼고 달리다 보면 왕지마을이라고 쓰인 입석이 나타난다. 여기에서 해안도로를 따라가는 길과 산에 오르는 길이 갈라진다. 울창한 벚꽃 터널을 만끽하고 싶다면 오른쪽 산길로 올라가고, 남해대교와 벚꽃을 배경으로 멋진 사진을 남기고 싶다면 해안도로를 따라간다. 벚꽃은 지방도1024호선을 따라가는 산 방향이 더 촘촘하게 피었지만, 바다와 어우러진 벚꽃을 보며 유유자적하고 싶다면 해안을 따라 달리는 것도 좋다.
남해의 봄을 눈에 담았다면, 이번에는 혀로 느낄 차례다. 오동통한 남해의 명물, 멸치가 기다린다. 남해는 ‘죽방멸치’로 유명하다. 죽방멸치는 일반 멸치처럼 그물로 잡지 않고 멸치가 죽방렴 안에 들어가게 해서 잡는다. 죽방렴은 좁은 바다 물목에 세워 물고기를 잡는 대나무 그물이다. 죽방멸치는 빠르고 거센 물살 속에서 움직이기 때문에 운동량이 많아 육질이 탄탄하고 쫄깃하며, 기름기가 적어 고급 멸치의 대명사로 불린다.
멸치쌈밥과 멸치회는 남해의 대표 음식이다. 멸치쌈밥은 얼큰한 멸치찌개와 채소 쌈이 함께 나온다. 멸치찌개는 묵은 김치에 죽방멸치 우린 국물을 붓고 고추장에 버무린 멸치를 넣어 끓인다. 멸치회는 큼지막한 멸치를 고추장과 막걸리를 섞은 식초로 버무리는데, 싱싱한 멸치와 새콤달콤한 초고추장이 어울려 젓가락이 쉴 새 없다. 노릇노릇한 멸치구이는 막걸리와 찰떡궁합이다.
남해 여행에서 빠뜨리면 안 될 곳이 남해유배문학관이다. 유배 문학은 유배된 자의 고독과 절망을 문학이라는 형식으로 표현한 것으로, 이곳은 유배 문학을 주제로 한 국내 최대 문학관이다. 남해유배문학실에서는 《구운몽》 《사씨남정기》를 쓴 서포 김만중, 경기체가 〈화전별곡〉을 비롯해 한시 70여 편을 남긴 자암 김구, 《남해문견록》을 기록한 후송 유의양, 약천 남구만, 소재 이이명, 겸재 박성원 등 유배지 남해에서 예술혼을 불태운 이들과 그 작품을 소개한다.
이밖에 남해의 생활과 문화를 소개하는 향토역사실, 전 세계 유배의 역사와 문학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을 살펴보는 유배문학실도 있다. 유배체험실에서는 소달구지를 타고 유배를 떠나는 4D 압송 체험이 가능하다. 남해유배문학관에서는 절망적인 상황에 문학과 예술의 꽃을 피운 선조들을 보며, 진한 문학의 향취를 느낄 수 있다. <사진 채지형>
〈여행 정보〉
<교통 정보>
[버스] 서울-남해, 서울남부터미널에서 하루 10회(07:10~18:00) 운행, 약 4시간 30분 소요.
부산-남해, 부산서부버스터미널에서 하루 18회(06:20~19:20) 운행, 약 2시간 30분 소요.
[자가운전] 경부고속도로→대전통영고속도로→남해고속도로→진교 IC→남해대교 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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