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곡의 신비로운 풍경과 함께하는 한탄강 얼음 위 트래킹
차가운 겨울, 이른 새벽부터 설레는 가슴을 안고 여행갈 채비를 서두른다. 차가운 겨울이 아니면 갈 수 없는 곳, 한탄강 얼음 트래킹이다. 오늘 여행은 또 내게 무엇을 보여줄지 기대가 된다.
이번 한탄강 얼음 트래킹 및 DMZ 철새 두루미 여행은 사)코리아DMZ협의회·한국생태관광협회 후원 DMZ 문화원·DMZ 관광이 주관하는 투어다.
접경지역 10개 시·군 중 철원지역은 역사, 안보, 생태, 문화의 다양한 관광관련 자원이 풍부한 종합적인 관광지다. 철원은 해방과 동시에 북한의 땅이었던 곳이며, 일제 강점기에는 제2의 동경이라 불리며 당시 상상도 못할 번영을 했던 도시다.
이른 아침부터 달려 고대하던 한탄강 얼음 트래킹을 시작하는 곳에 당도했다. 시작은 직탕폭포에서 태봉교, 승대소 주상절리 구간을 지나 약 4Km 떨어진 승일교까지 1시간 40여분 얼음 위를 걸으며 탐방했다.
한탄강은 전장 110Km에 평균 강폭 60m의 큰 강이다. 국내 다른 하천과 달리 평원분지 한 가운데를 20~30m의 깊이로 U자형 협곡을 이루고 흐르는 것이 그랜드 캐넌을 생각나게 하는 곳이다.
날씨는 청명했으며, 바람이 불지 않아 무척 좋은 날씨였다. 철원의 당시 온도는 영하 23℃ 였다. 꽁꽁언 한탄강 얼음 위를 살금살금 걷다보니 더웠다.
직탕폭포 구간에서 멀리 보이는 태봉교는 아침 햇살에 자태를 뽐내며 자리를 빛내고 있었다. 폭포를 흐르는 물은 꽁꽁 얼어 멋진 조형물을 만들었고, 흐르는 계곡물은 투명한 얼음으로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얼음위에 피어난 얼음 꽃은 아름다웠다.
태봉교를 지나 송대소 주상절리 구간에 들어서면 감탄이 절로 난다. 깎아지른 절벽 면에 펼쳐진 수 만년의 역사가 발길을 사로잡고, 탐방객들은 사진 찍기에 정신없다. 어렵사리 발길을 돌려 여정을 이어가면 감탄사를 멈출 수가 없다. 추위도 잊어버리고 아름다운 풍광을 눈에 담기에도 시간이 모자란다.
양수장이 있는 마당바위에 도착하면, 잠시 쉬어가라고 김이 모락모락 나는 어묵이 유혹한다. 마침 많은 탐방객들이 주변에서 휴식을 하며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다. 잠시 흩어졌던 일행들이 한데 모여 담소를 나루고 승일교까지 다시 발길을 이어갔다.
오후에는 두루미 탐조와 철원근대역사문화유적 센터와 월정리역을 탐방했다. 외국 관광객들은 철새탐조와 같은 생태관광을 반긴다. 그러나 우리는 등한시 한다. 그러다 보니 관광자원으로서의 가치를 모르고 넘기는 경우가 있다. 최근 철원지역이 생태관광지로 지정되어 희망을 가져본다.
두루미는 전 세계적으로 15종이 존재한다. 그 중 철원에는 두루미(학), 재두루미, 흑두루미, 시베리아흰두루미, 캐나다두루미, 쇠재두루미, 검은목두루미 7종이 겨울철 찾아온다.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종은 눈이 붉고 온몸이 전체적으로 재색을 띄는 재두루미, 학(鶴)라고 불리는 정수리가 붉은 두루미다. 두루미를 만나면 소원이 이뤄진다고 하니 꼭 볼 수 있기를 바래본다.
철새 탐조를 하려면 DMZ 철새평화타운에 들러 탐방수속을 해야 한다. 매년 11월부터 다음해 2월까지 탐조투어를 진행하고 있다. 화요일을 재외한 주 6일, 1일 4회 운영하고 있다. 단 철새 탐조는 문화해설사 통제하에 버스만 가능하고, 현지 사정상 통제 가능성이 있어 DMZ 철새문화타운에 문의 후 방문해야한다.
당일 재두루미와 두루미 그리고 독수리를 근접해서 볼 수 있었다. 두루미는 시베리아에서 새끼를 낳아 우리나라에 들러 유조(어린 새)를 키워 다시 시베리아로 이동해 국내에서는 둥지를 볼 수 없다고 한다.
탐조투어 중에 드디어 기대하던 두루미를 만났다. 가만히 소원을 빌어 봤다. 두루미는 정말 품위가 있고 멋진 자태를 뽐냈다. 유조(어린 새)를 돌보는 모습은 다정다감했다. 두루미는 민감하여 다른 지역에서는 1Km 밖에서 겨우 탐조가 가능한데 철원 지역은 근접하여 탐조할 수 있는 유일한 장소라고 했다.
이후 철원근대문화유적 센터에서 철원의 역사에 대하여 설명을 듣고, 농산물검사소, 얼음창고, 은행터, 월정리 역 등을 경유하여 일정을 마쳤다.
올해는 DMZ 생성 65주년을 맞이한다. 그동안 가까이 있어도 그 존재의 소중함을 알 수 없었던 우리의 아픈 역사를 품고 있는 DMZ와 그 접경지역을 이제 진지하게 돌아봐야 할 때이다.
DMZ와 관련된 다양하고 풍부한 관광자원을 이제 개발해야 한다. 인프라의 구축도 시급하다. 지금의 DMZ 관련 관광산업은 지역사회에 보탬이 되지 않고, 관광객도 불편함을 감수하고 탐방하고 있다.
이제 관련 지역의 지자체와 관련단체 등은 그동안 각각 경쟁으로 단순히 승리를 위한 노력을 했다면 이제는 플랫폼과 빅데이터를 통해 경쟁이 아닌 공동의 성장을 도모해야 한다. 상생협력을 통해 서로가 성장하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우리속담에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가 DMZ 접경지역의 발전을 위한 실마리를 제시하고 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